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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9 이것은 사람의 말 6.9 작가선언 3
  2. 2009.05.28 .......
  3. 2009.05.21 어려움
  4. 2009.05.11 굴곡 많은 조윤석
  5. 2009.05.10 자유와 여유
  6. 2009.05.09 책읽고싶어라
  7. 2009.05.08 Atanajuat
  8. 2009.05.07 태양열 가방
  9. 2009.04.23 자꾸 만나는 걸 본다...
  10. 2009.04.20 다자이 오사무

이것은 사람의 말 6.9 작가선언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6. 9. 10:50

* 이 선언문을 작성한 주체는 <작가선언 6.9>입니다. 모두의 의견이 수렴되고, 모두가 함께 쓴 선언문입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   6.9 작가선언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진하고 모든 피는 똑같이 붉고 모든 목숨은 똑같이 존엄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의 눈물과 피와 목숨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 본래 문학은 한계를 알지 못한다. 상대적 자유가 아니라 절대적 자유를 꿈꾼다. 어떤 사회 체제 안에서도 그 가두리를 답답해하면서 탈주와 월경을 꿈꾸는 것이 문학이다. 그러나 문학 본연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차라리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다급한 마음으로 1987년 6월을 떠올린다. 박종철의 죽음이 앞에 있었고 이한열의 죽음이 뒤에 있었다. 그 죽음들의 대가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힘겹게 그것을 가꿔왔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망각할 권리가 없다. 이명박 정권 1년 만에 대한민국은 1987년 이전으로 후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가 하나의 정부인 작가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조직도, 집행부도, 정강도 없다.
 
우리는 특정한 이념에 기대어 발언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이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라는 가짜 이념은 집권 1년도 못 돼 폐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도처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얼굴을 본다.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와중에 여섯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고도 이명박 정부는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여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지만 저들이 행한 일은 위선적인 사과와 광범위한 탄압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 장악을 기도했고 도심 광장과 사이버 광장에 차벽을 치고 철조망을 세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는 이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천박한 관료주의로 문화예술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사상 최악의 표적수사와 비열한 여론몰이는 그를 벼랑에서! 투신하게 하였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매장되었다.
 
이 모든 일에 적극 가담한 정치검찰과 수구언론을 우리는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종지기들로 고발한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정치검찰들, 증오와 저주의 저널리즘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조롱하는 수구언론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 저들을 여전히 검찰과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나. 곰팡이가 온 집을 뒤덮었다면 그것은 곰팡이 슨 집이 아니라 집처럼 보이는 곰팡이일 뿐이다. 저 권력의 몸종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와 보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달려온 이명박 정권 1년은 이토록 참담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서 우리는 깊은 절망을 느낀다. 저들은 수치를 모르고 슬픔을 모른다. 수치와 슬픔을 아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됨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는 것이 문학이다. 우리는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
 
이곳은 아우슈비츠다. 민주주의의 아우슈비츠, 인권의 아우슈비츠, 상상력의 아우슈비츠. 이것은 과장인가? 그러나 문학은 한 사회의 가장 예민한 살갗이어서 가장 먼저 상처입고 가장 빨리 아파한다. 문학의 ! 과장은 불길한 예언이자 다급한 신호일 수 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과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종이와 펜이 있다. 그러니 동의하지 않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저항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원을 갈아엎고 있는 눈먼 불도저를 향해, 머리도 영혼도 심장도 없는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 저항할 것이다. 가장 뜨거운 한 줄의 문장으로, 가장 힘센 한 문장의 모국어로 말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이니까 해야 하며 사람인 한 멈출 수 없는 그 말을. 아름답고 정의로운 모든 문학의 마지막 말, 그 말을.


                 우리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에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섭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참혹한 오늘을 불러온 것도 우리이지만
                 참다운 내일을 만드는 이도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의 야만에 분노합니다.
                 사람의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보고 싶습니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할 줄 아는 정치가의 얼굴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아첨과 왜곡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하고 진실된 언론의 발언을.
                 우리는 느끼고 싶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자부를.
                 우리는 되찾고 싶습니다.
                 본래 우리 것인 광장과 집과 대지, 스스로 흘러 생명일 수 있는 강물을.
                 우리는 꿈꾸고 싶습니다.
                 그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사회,
                 양심과 이성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자유와 평등은 원래 사람의 것이라 믿고 자라날 수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입을 엽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입니다.



'한줄선언' 참가자 명단



강경희 강성은 강   진 고나리 고명철 고봉준 고인환 고찬규 곽은영 구효서 권   온 권혁웅 권현형 권희철 김경인 김경주 김경후 김  근 김나영 김남극 김남혁 김대성 김명기 김미월 김미정 김민정 김사과 김사람 김사이 김   산 김선재 김성중 김소연 김   안 김양선 김애란 김   언 김연수 김요일 김윤환 김이강 김이은 김이정 김자흔 김재영 김정남 김정란(소설가) 김지녀 김지선 남상순 맹문재 명지현 문동만 문혜진 박대현 박민규(시인)  박   상 박상수 박성원 박수연 박슬기 박시하 박연준 박정석 박창범 박형서 복도훈 박형숙 박형준 박혜상 방현희 배영옥 백가흠 백지은 서성란 서안나 서영식 서영인 서효인 서희원 성기완 손세실리아 손홍규 송기영 송승환 송종원 신용목 신해욱 신형철 신혜진 ! 심보선 안상학 양윤의 양진오 여태천 오창은 우대식 원종국 원종찬 유용주 유정이 유형진 유홍준 윤성희 윤예영 윤이형 윤지영 ! 이경재 이기성 이기호 이덕규 이도연 이동욱 이만교 이문재 이민하 이선우 이성미 이성혁 이순원 이시영 이신조 이   안 이영광 이영주 이용임 이용헌 이은림 이장욱 이진희 이  찬(평론가) 이현승 이현우(로쟈)   이혜경 이혜미 임수현 임영봉 임지연 장무령 전도현 전성욱 전성태 전형철 정여울 정영효 정우영 정은경 정주아 정한아(시인)   정혜경 정홍수 조강석 조동범 조성면 조연정 조연호 조용숙 조원규 조   윤 조   정  조해진 조형래 조효원 주영중 진은영 차미령  채   은 천운영 천수호 최성각 최진영 최창근 하성란 하재연 한세정 한용국 한지혜 함기석 함돈균 해이수 허병 허윤진 허   정 홍기돈 홍준희 황광수 황규관 황호덕  총18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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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28. 23:56
여전히 멍청한 나이지만 늘 예전의 더 멍청했던 나를 반성한다.
주저앉아 우는 대신 다 더럽고 다 못 생겨보여도 열심히 공부해서 덜 더럽고 덜 못 생긴 사람이 누군지 정신을 가다듬고 바라보는 것.
말고 내가 또 뭘 할 수 있나....
안에 있다면 하루 세끼 먹고 살기에 바빠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고 걸었을지도 모르지만
밖에 있는 것이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죄스럽다가 슬프고 분하다가 힘이 빠지고 혼란스럽다.
인생을 걸고 그것을 위해 싸우던 한사람이  '인간'으로서 느꼈을 그 책임감과 절망의 무게를 생각하다가
나는 정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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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21. 13:36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좋지만 난 언제부턴가 정신이 맑고 건강한 사람이 편하다. 그래서......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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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 많은 조윤석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11. 15:59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자전거를 타고 두블럭도 안 지나 집인데 매일같이 지나는 거리인데 눈앞이 흐려지고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덜컥 혼자 남겨져 여기가 어딘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가슴이 먹먹해졌다.
자전거에서 내려 터덜터덜 걸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검색창에 무작정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고 검색버튼을 눌렀다.
참 좋아해도 사람이 워낙 주도면밀하지가 않아서 자세한 신변잡기같은 건 모른다. 자신은 사람의 심장을 고치는 걸 공부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공부보다 실은 '음악'이 더 좋은 약 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한 것을 어디서 주워듣고 오래도록 기억했고 또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한복을 입고 논문심사를 받는 사진을 보고 그저 어렴풋이 잘 살고 있구나 생각했었는데, 벌써 몇년 전의 기사...
이런 이유로 유학을 갔었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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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버스, 정류장>은 반응도 좋았고, 평가도 좋았는데. 1년이 안되어서 갑자기 유학을 떠난 게 뜻밖이었다.
루시드 폴: 그 때 이야기가 많다. <버스, 정류장> 음반을 맡았을 때는 패배의식도 느꼈고, 절망을 많이 했다. 그 음반이 한 달에 만 장이 나갔다. 그런데 루시드 폴 1집은 1년 동안 만 장도 안 나간 상태라서. 그때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회의가 들었다. 음악을 할 수 있나, 해도 되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침 그 즈음에 라디오 뮤직과도 갈등이 생겼는데, 이게 심해져서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된 상황이었다. 졸업도 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안정적인 상태가 되고 싶었다. 장래에 대한 고민과 겹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우연히 스웨덴 대학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 된 박사 과정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t: 한국어 광고가 있었나?
루시드 폴: 거기에서 박사 과정에 있는 한국 사람이 낸 광고였다. 적당한 사람을 못구해서 그 광고가 1년째 걸려 있던 상황이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내용을 보니 학비는 무료에 월 생활비와 숙식처까지 제공한다고 적혀있어서 바로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내 학부 학점을 물었다. 2.7이라고 했더니, 대체 왜 공부를 하고 싶냐고 하더라. 공부가 절박하냐고 묻길래 솔직하게 말했다. 원래는 음악 하는 사람인데 이러저러해서 거기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담당교수가 못믿겠으니 일단 6개월짜리 임시 비자를 발급받고 와서 하는 걸 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 가서 6개월 동안 100페이지가 넘는 논문을 두 개 쓰고, 그 사이 소논문을 다 합해서 십여 편을 썼다. 아무 생각 안하고 공부만 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받아주더라.

t: 박사 과정은 언제 끝나나. 그땐 또 선택의 고민이 있을텐데.
루시드 폴
: 내년 5월에 끝난다. 그때는 분명히 고민이 될 것 같다. 그런데 계속 공부를 할 것인지 아닌지는 아닐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건 공부가 아니라 일이다.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내는 일이니까. 어쨌든 시작은 했으니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를 지을 거다. 사실그 다음에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 같기도 하다. 이 쪽 일을 하기 전에 나는 공학에 대한 환상 같은 것도 있었는데, 한 5년정도 하면서 그런 게 없어졌으니까. 완전히 그만두고 전혀 다른 생업을 찾아 갈 수도 있다. 내게 음악은 업이지만, 먹고 사는 건다른 일이다.

t: 그건 전업 음악가에 대한 일종의 공포가 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루시드 폴
: 있다. 심정적으로 나는 항상 전업 뮤지션이지만, 음악으로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 개인적으로 집에 워낙 굴곡이많아서, 너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내게는 그런 공포가 있다. 배고픈 게 싫다. 추운 것도 못 참고. 그래서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에서 일하고 싶었다. 100만원도 좋고, 150만원도 좋으니까. 가족들 생활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다른 사람들처럼 용감하게 뛰쳐나가서 하고 싶은 걸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학도 월급 주겠다는 이유 때문에 선택한 일이었고,지금도 돈 주니까 하는 거다. 돈 안주면 내가 공부를 왜 하는가. 안 할 거다. 대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는 정말 없다.배만 안 고팠으면 좋겠다. 이런 말에 대해서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나는 그렇다. 그건 다 인정한다.그게 나니까. 그러면서 결혼까지? 말이 안되는 거다. 그런데 웃긴 건, 이제 나이를 좀 먹으니까 오히려 처음보다는 조금 더용감해지는 것 같다. 더 겁을 내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못 먹고 살까라는 생각도 든다. (웃음) 이런 고민이 내가 선택해야할시기와 맞물리면 좀 더 폭 넓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어떻게 할 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매거진 t 인터뷰 부분 중

-인터뷰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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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여유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10. 19:57

-전에는 여유와 자유가 같다고, 비슷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대부분 여유로워지면 자유로워질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게 전혀 다른거라는 걸 얼마 전 느꼈어요. 여유로워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고 여유와 자유는 별개라고. 내가 자유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부분은 여유더라고요. 다들 돈 열심히 버는 것도, 글 잘 쓰고 싶었던 것도, 여유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유는 좀 더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요. 자유에 어떻게 다다를지...방법이요? 물론 모르죠. 왜 사는지도 모르는데...


- 씨네 21, 김혜리가 만난 사람 박민규와의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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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말, 사진전을 축하하러 내려갔었던 레오의 맘스베리's merchant...... 늘 나랑(?) 우리는 대체 언제 은퇴하는 거냐고 울화성인 레오는 올해 생일, 육십살이 된다.

그는 사진을 찍는다. 십대때부터 쉬지 않는 즐거운 마음으로 오랫동안 찍어왔을 뿐 아니라, 개인전도 경험도 많고, 권위있는 영국 뭐뭐 사진 잡지에 몇장의 지면을 장식한 적도 몇번이나 있고 값비싼 장비와 전문가용 프린터도 집에 구비하고 있고...... 무튼 레오는 사진을 찍는다.(?)
일주일 장사가 끝나는 일요일. 까페가 문을 닫을 즈음, 동네 친구들이 하프니 키타를 들구 슬렁 슬렁 모인다. 갓난아이를 포데기에 내려놓은 엄마는 노래를 부르며 아프리칸 드럼을 치고 아빠는 하프를 켠다.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지나가다 들린 동네청년은 우클레라를 치며 웃고 떠들고... 여섯시가 되면 까페를 닫고 갤러리로 달려가 전시 오프닝을 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농을 주고 받는 데 빠지지 않는 레오...

'평천하는 남들이 할테니 난 신선할란다'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함께 내려간 친구는 요즘 생존의 기술을 '잠시' 연마해보겠다! 며 하루에 열서너시간이 보통인 과격한 수준의 노동을 참아내고 있는데 요 몇달 나를 건너 레오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흔들흔들한다.
전투하듯, 부러 건조하게, 눈과 귀를 막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의 일상에 촉촉한 뭔가가 똑 똑 떨어졌겠지.

천만가지 감상이 뒤섞인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거 참 아름답게 산다.
아이고 나는 당장도 이렇게 살 수 있는데......!
한다.
아 '당장' 누구는 못하니. 당연한 소리라 생각되어 피식 웃었더니
좀처럼 흥분 못하는 이 친구가 모처럼 꼿꼿하게 여유랑 자유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
진짜 꼿꼿하게.

그래, 네 말이 맞아.
행복하게 돈을 버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다가
시스템 속의 전문가가 되기 싫어하는 나의 짓궂음을 한탄하다가
정말 필요한만큼의 적은 돈을 벌며 땅과 가까이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다가
그렇지 가능하지 그거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러다
내 마음 어딘가에
그래도 이것저것을 이루어보고
(삼 초만 지나면 사라질) 큰소리도 한번 쳐보고 싶게 사회화된 어쩔 수 없는 목소리를 듣고
나의 시시함을 속됨을 경멸해보고
얼른 정신을 가다듬는 나도, 나임을 기억한다.
그래 돈이 있으면 누구나 갖을 수 있는 자유가 아니지.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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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 이야기.
모기지 갚으려고 평생 일하다 가겠구나.
팔년전 어느날 아침, 눈을 뜬 레오는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며 멜번 시내 '괜찮은' 동네에, 주택부금을 부으며 십년을 넘게 살아온 레오는 그날 이후 주말마다 한적하고 맑은 공기도 있지만 또 '재밌는 문화와 커뮤니티'도 있는 교외 도시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길 일년,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버려져 있는 빅토리아주의 천연자연물인 블루스톤으로 지어진 이 오래된 이층집을 발견한 그는, 몇십년을 모아온 벽을 꽉 메운 음악씨디와 책들, 베이스기타와 엠프, 수십개의 항공모형기, 그리고 이가 빠진 접시들과 나무 식탁을 둘러매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사일, 삼일, 이틀... 점점 줄이던 일은 맘스베리에 온 지 삼년만에 완전히 그만 두었다. 그리고 살던 집 일층을 조금씩 개조해 작은 까페를 열었다. 까페는 일주일에 목금토일 사흘만 연다.

까페에는 많은 이야기와 소식이 머물다 지나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까페에 모이고
또 사람들은,  장식용 미소와 진심없이 오고가는 안부인사 small talk 뒤에 감춰진, 감추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슬픔들을 레오에게 종종 털어놓기도 한다.

레오는 서비스업계에서 일해 본 적이 없어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모르는 자신에게 자기에게 까페 일은 정말로 쉽지가 않고, (레오는 작은 쿠키, 머핀부터 야채스프에 이르는 간단한 음식까지 직접 요리를 장만한다.)
무엇보다 이 일은 퍽 강도가 높은 고된 육체노동이라고 말한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신중함과 사려깊은, 느려도 괜찮은 목수같은 장인의 일로의 귀향이 아니고, 빠릿빠릿 몸을 써야 하는 호스피탈리티 직업군에서 새롭게 시작하기에 그래, 그의 몸은 노쇠했다.    
그러나 전문가였던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할때는 항상 분리되어 있던 자신의 '삶'과 '일'이 이제는 하나로 느껴지는 것이 너무 소중하다고 언젠가 그가 고백했을때 나는 가슴저리게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또 언젠가 다시 태어나거나 존재계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냐는 나의 질문에 "둘 다 관계없어. 하지만 무엇이 되는가를 결정할 수 있다면 Bodhisattva같은 사람이 되어 사람들을 위로하며, 등을 쓸어주며 살고 싶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천사처럼."
라고 말하며 천사같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서로의 눈과 눈을 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허공에 공허한 시선을 던지며 아슬아슬한 걸음을 걷고 있는 사람들 가슴 속의 그 차가운 보호기제를 네가 How are you? 한마디로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종종 봐. 너 그렇게 살고 있는 거 같아.
나의 말에 그는 부끄러워하며, 그러나 매우 기뻐하는,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정말로 바빴던 하루장사가 끝나 까페를 닫고, 동네 근처 해지는 강둑에 별말없이 앉아 지친 몸을 달래는 맥주와 칩스앤피쉬를 함께 먹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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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싶어라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9. 23:35

예술가가 받는 압력 중에서 가장 간교한 것이 바로 받아들여지는 예술을 하라는 압력이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팔려나가며 인기를 누리는 것은 x라며 조언을 한답시고 떠들어 댄다. 물론 자연스럽게 x에 도달하게 되어 부와 명예를 얻는 예술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x와 닮으려고 작업을 바꾸었다면 사람들은 곧 진짜가 아님을 알아차린다. 자신이라는 존재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므로 진정한 x가 못 되는 것이다. 그러면 또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변화와 수정을 거듭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존재의 요구에 맞추려 부분부분 바꿔나가기 시작하면 완전성과 독창성에 문제가 생긴다. 본래의 자기 모습에서 벗어나고 만다. 반면 나름의 방식으로 나름의 재료로 창조한다면 그 작품은 진정성을 가질 것이고 사람들도 결국은 그것을 인정할 것이다. ‘받아들여짐’이라는 유혹에 저항한다고 대중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공간을 창조해 대중을 그곳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매혹은 전부다. 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의 전부다. 스티븐슨, 보르헤스가 말하고 수많은 관찰자들이 말하고 엿 같은 세상을 안 엿 같게 만드는 게 예술가라고 말하면 나를 돌로 치겠지. 어차피 죽을 거 돌로 맞아 죽을 만큼 질투와 증오를 받으면서 죽는 것도 염병 걸려 홀로 죽어가는 것보다야 좋다. 집을 지을 때 구조와 재료에 골몰하여 튼튼하고 편리한 집을 지었다면 그 집은 백 년도 못 돼서 헐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집이 아주 매혹적으로 지어졌다면 수백 년이 지나도 허물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그 집을 보존하려고 난리를 피우고, 그리하여 대대손손 보호되어 감상된다. 그렇게 매혹은 힘인 것이다.”

 - 김점선,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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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najuat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8. 16:35
장장 두시간 반도 넘는데 일초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의 차원을 넘은, 강렬한 연대감 같은 것이 드는 민족이 있다. 영화 몽골리아를 볼 때도 그랬다. 중국의 소수민족을 볼 때는 안 드는 감정이다.
영화도 보지만, 그 사람들 말하는 거, 먹는 거, 사는 것들 보는 게 재미있다. 뜻을 추측하며 그네 말도 따라해본다. 일테면 honey 혹은 darling이 아니라 'husband'로 해석된 '여보'같은 호칭같은 것...

지난 주 친구의 'Sikkim' 사진 전시회를 다녀왔다. 친구는 멜번에서 기차로 한시간정도 걸리는 맘스베리라는, 작지만 흥미로운 마을에 살고 있다.(친구는 항상 맘스베리의 총 주민은 500명도 안되지만 그 중의 100명은 '극도로 재밌는 사람들'이라며 수치를 강조한다.)
그날, 맘스베리에서도 서너시간 떨어진 도시 벤디고에 사시는 시킴 스님 한분이 전시회를 보러 오셨는데, 나를 보시더니, 거의 손목을 잡으실 것 같이 반색하시며 '시킴사람이오?' 라는 질문을 그 나라 말로 하신다. 그랬으면 좋았을껄 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가벼운, 그런데 가슴이 떨리는 눈길로 바라보시며, 벤디고에 사니 언제 한번 올라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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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가방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7. 08:08



Voltaic Bag. 큰 가방은 하루의 태양열로 평균적인 노트북을 완전 충전할 수 있고, 조그만 가방은 1시간 태양열로 아이팟 플레이 3시간, 혹은 핸드폰을 1시간 반 통화할 수 있는 전력을 충전할 수 있다.
6월 초 열릴 Student Of Sustainability (SoS)의 경품추첨행사의 상품으로 후보에 오른 제품 중 하나.
SOS는 5일간의 캠핑하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워크샵, 포럼, 영화제, 갤러리 등을 통해서 지식과 스킬을 교류하면서 친환경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같이 궁리해보고 노는 페스티발 같은 거다.

Students of Sustainability (SoS) is a five day camping conference for anyone interested in creating a more ecologically and socially sustainable world.

(...)         

Specific knowledge, skills, contacts and networks derived through the week will empower in a variety of ways unique to the particular individual. Skills workshops, including campaign strategy, lobbying, organizing, facilitation, political and recycled art, gardening, home-made clothes and DIY renewable energy will empower participants in a diversity of practical skills. Empowerment through knowledge will also be a key focus with popular education (participatory) techniques to be encouraged throughout the conference (see program for more details).

-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컨퍼런스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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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만나는 걸 본다...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4. 23. 17:19
생각, 아이디어, venue, 그리고 사람들...... 내가 찾고 보고 함께 걷고 있는 것들이 예상치 못한 길목에서 연결점을 가지고 만나는 것을 보는 것. '직관'으로 행하든 것들의 이유를 더 배워가고, 그리고 서로를 지지해주는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것......
지난 주 In the hot house festival에서 글로벌 워밍과 climate change에 대처하여 우리가 진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 를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특히 목요일, 퍼블릭 포럼에 다녀오고 정말 심장이 쫙 열리는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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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4. 20. 18:58
창작에서 가장 힘써야 하는 것은 정확을 기하는 일이다. 그 뿐 이다. 풍차가 악마로 보이거든 주저말고 악마로 묘사해야 한다. 풍차가 풍차 이외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대로 풍차를 묘사하는 것이 좋다. 실은 풍차가 풍차로 보이지만,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으면 예술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뻔한 궁리를 이리저리 하여 낭만적임을 자처하는 멍청한 작가도 있다. 그런 자는 평생 가도 무엇 하나 포착하지 못한다.

[나의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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