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고싶어라

타지생활/호주 멜번 2009. 5. 9. 23:35

예술가가 받는 압력 중에서 가장 간교한 것이 바로 받아들여지는 예술을 하라는 압력이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팔려나가며 인기를 누리는 것은 x라며 조언을 한답시고 떠들어 댄다. 물론 자연스럽게 x에 도달하게 되어 부와 명예를 얻는 예술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x와 닮으려고 작업을 바꾸었다면 사람들은 곧 진짜가 아님을 알아차린다. 자신이라는 존재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므로 진정한 x가 못 되는 것이다. 그러면 또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변화와 수정을 거듭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존재의 요구에 맞추려 부분부분 바꿔나가기 시작하면 완전성과 독창성에 문제가 생긴다. 본래의 자기 모습에서 벗어나고 만다. 반면 나름의 방식으로 나름의 재료로 창조한다면 그 작품은 진정성을 가질 것이고 사람들도 결국은 그것을 인정할 것이다. ‘받아들여짐’이라는 유혹에 저항한다고 대중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공간을 창조해 대중을 그곳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매혹은 전부다. 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의 전부다. 스티븐슨, 보르헤스가 말하고 수많은 관찰자들이 말하고 엿 같은 세상을 안 엿 같게 만드는 게 예술가라고 말하면 나를 돌로 치겠지. 어차피 죽을 거 돌로 맞아 죽을 만큼 질투와 증오를 받으면서 죽는 것도 염병 걸려 홀로 죽어가는 것보다야 좋다. 집을 지을 때 구조와 재료에 골몰하여 튼튼하고 편리한 집을 지었다면 그 집은 백 년도 못 돼서 헐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집이 아주 매혹적으로 지어졌다면 수백 년이 지나도 허물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그 집을 보존하려고 난리를 피우고, 그리하여 대대손손 보호되어 감상된다. 그렇게 매혹은 힘인 것이다.”

 - 김점선,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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