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본 여름 샐러드

unlonely cook's book/집 주방 2014. 6. 27. 00:07




일때문에 시골마을로 이사를 하면서 초반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식습관 전반의 변화였다.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애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의 취미... 집근처 유기농마켓에 가서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야채들을 이것저것 만져보고 제철이라 특히 풍성하고 싱싱한 것을 골라담는 재미를 잠깐 접고, 이젠 동네 근방 대형슈퍼마켓에서 미국, 멕시코 원산지가 주를 이루는 야채과일 중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배된 것들을 골라담는다. 지난 겨울 처음 장보러 슈퍼마켓에 들어서며 그 무참하게 기꺾이던 기분이 아직도 생각난다. 하얀 백열등 아래 차곡차곡 쌓여진 제품같은 브로콜리와 샐러리들... 영하 30도의 눈바람이 내치는 바깥에서 내 코트 어깨겻에 앉은 눈송이는 미처 녹치도 않았는데 빨갛고 노란 딸기와 베리,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입된(심지어 겉모습마저 싱싱하지도 않고 쭈글쭈글한^^;) 여름과일과 야채들은 정말이지 아무리 쳐다봐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다행이 여름이 되어 슈퍼마켓도 조금은 더 풍성해졌다. 드디어 캐나다산 토마토와 아스파라거스, 로메인 샐러드도 눈에 띄고^^ 
그래도 워낙 추운 땅인지라 즙많고 시원한 열대과일은 말할 것도 없이 자라지 않고, 살구나 복숭아같은 과일조차도 캐나다산은 흔치가 않다. 사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로컬과일은 여름 두어달 나왔다 싶으면 다시 금새 그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여름이 시작되면 바짝 긴장하고 열심히 먹어줘야한다!ㅎㅎ

8명의 2주분량의 장거리를 혼자 보려면 만들고 싶은 음식의 레시피를 구상하고 부족한 재료를 구입...그런 거 없다. 눈에 보이는 야채를(가능한 한 퀘백주 혹은 캐나다산 위주로) 카트 하나가 찰 때까지 담는 정도?ㅎㅎ 무엇을 요리할 지는 그날그날 냉장고에 남아있은 재료를 도마위에 올려놓은 후. 5초간 묵상 후 결정하는 게 보통이다^^; 

오늘 그렇게 전쟁처럼 장을 보고 만든 점심식사. 

유기농 baby lettuce잎(미국)
아보카도 반쪽(멕시코)
올리브유에 살짝 구운 아스파라거스 대여섯줄기(퀘백)와 이탈리안 토마토(퀘백)
얇게 채썬 parsnip(퀘백)
체리(미국)
토마토와 아스파라거스를 볶을 때 올리브유가 야채에 남아있으니 드레싱이랄 것도 없이 레몬즙만 약간 뿌렸다. 

이번 주말엔 올해 처음으로 여는 동네 유기농 장터가 시작된다고 해서 무척 기대하고 있다. 결론은...... 여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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