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생활/호주 멜번
이상한 세상
muscan
2009. 3. 28. 15:34
내가 일을 마치고 지친 몸과 정신으로 집에 돌아와
오직 빌을 내고 쌀을 사기 위해 하루 일곱시간 주오일을 일하는 것이 진짜 그냥 당연한건가
그것이 정녕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건가
처절한 의문을 품으며 신선한 당근과 양파로 저녁을 만들 때
인도 비달바의 늦은 저녁
삶이 고단한 면직공은 담담히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비슷한 처지의 세명이 비슷한 이유로 자살을 결심할 거다
어떤 이는
뻑쩍지근하게 술에 취한 흐릿한 눈들로 가득 찬
들어줄 수 없는 음악이 꽝꽝 울려나오는 펍의 문 앞에서 홀로 맑은 정신인 채로 남겨져
흥성이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또 때때로 너무 많이 취해버린 취객을 끌어내 집으로 보내며
하루 꼬박 여덟시간을 보내어
밥을 번다
또 어떤 이는
계산대마저 자동화 된 커다란 슈퍼마켓 스무대의 자율 계산대 앞에 멀쭉하니 서
저기 앞쪽. 입구쪽으로 가세요
빈 기계의 위치를 알려주는 똑같은 한 마디를
하루 여덟시간동안 말하여
밥을 번다
괜찮은 회사의 마케터가 되어 한번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던 회사원 친구는
집에 돌아오면 노곤한 몸으로 책을 붙들고 조금 읽으려다가 이내 잠이 드는 '일 이외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무엇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모르겠다고
삶의 기쁨이 무엇이었는지 그런 것이 있기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주말엔 피아노도 다시 배우고 봉사활동도 할 거라고 말하는 회사원 친구의
그 힘내려고 하는 것이
나는 측은하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