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생활/캐나다 퀘백

블로그 다시 시작.

muscan 2014. 5. 26. 23:45




퀘백시티에서 동남쪽으로 한시간쯤 떨어진 정말 조그만 마을.

이곳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세달이 넘었다.

 






이 작은 마을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보자면...

음... 설명할 게 없다... ㅠㅠ 

그래, 여긴 뭐가 정말 없다.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도 참 아무 것도 없다는 점. 어쩌면 그 점을 이 동네의 매력이라 말할 할 수도 있겠다. 

집 뒤에 펼쳐진 메이풀 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걷기 시작한지 5분도 채 안지나 아무런 소음도 없는 정적의 세상에 다다를 수 있다. 

마을 내 편의시설을 보아도 간소하기 이를 데 없다. 교회 하나, 우체국 하나, 레스토랑 하나,depanneur(우리나라로 치면 우유, 신문 등 간단한 식료품을 파는 구멍가게 정도) 하나 정도로, 조깅을 나가 30분을 뛰어도 사람 마주칠 일이 별로 없을 정도의...(털썩...) 아주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몇년동안 서울에서 빡신 도시생활을 하며 착실히 키워온 전원생활의 환상에 대한 테스트였다고나 할까. 늘 귀촌이니, 자급자족 텃밭생활이니 말만 많이 하고 진짜 해보진 못한 시골생활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완벽한 불어권에서 생활하며 불어를 일취일장시켜보겠다는 다짐도 있어서, 어설프게 불어와 영어를 섞어 쓰게 되는 몬트리올센터는 첨부터 맘에 없었고, 불어권에 큰도시축에 속하는 퀘백시티센터로 갈 기회도 있었는데 그마저 여차저차 져버리고 여기로 오게 되었다. 퀘백시티 토박이 친구들에게 말해도 잘 모르는 이 동네의 비주류성도 이국적으로 느껴져 얼마간 날 부추긴 것 같다. ㅎㅎ

 

아무튼 센터에서 시작한 일도 조금씩 적응이 되고 벌렁거리는 맘을 애써 진정하며 불어로 인터뷰 볼 당시의... '화장실 들어갈 때의 상황'도 조금 정리되고 보니 일상이 조금씩 지루해진다. 

처음엔  어시던트 미팅, 월례회의(?), 장애인 관련 교육연수등을 모두 불어로 소화하는 ​(소화하려 노력하는) 나의 모습이 대견하고 그래, 어버버 bonjour, salut 수준에서 일년 만에 그래도 여기까지 왔군. 하는 뿌듯함이 있었는데 

그것도 고새 익숙해져서 반은 듣고 반은 듣고 흘리며 술렁술렁 넘어가는 안일한 태도를 장착하기에 이르렀다. 쩝ㅎㅎ

 

좀 더 어릴 적에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그야말로 '초'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야 할 때에는 

주변인으로서의 고독한 처지나, 언어 및 문화에 적응하며 느끼는 고단함의 크기보다 

그 모든 모험이 주는 짜릿함의 기쁨이 훨씬 지배적이었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좀 지친다 요즘은. 

한국에 막 다녀온 비슷한 처지의 친구는 정 지루하면 한국에 잠깐 다녀오라며 그러면 화악 정신이 들꺼라며 격려?해주는데... 

그래 힘내야지... 다음주엔 몬트리올에 놀러간다!!!